안녕하세요.
이곳 모에보드에서 2000년대 중반 쯤 활동했던 한 유저입니다. 요즘 문득 인생을 한번 정리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의 저는 어땠는지 무엇에 열광하고 누구와 어울렸는지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제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이곳 '모에보드'가 떠올랐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당연히 사이트는 없어졌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20년이면 강산이 두 번 변할 시간이고, 그사이에 얼마나 많은 사이트가 생기고 사라졌습니까. '그땐 그랬지' 하는 추억과 함께 인터넷 어딘가에 데이터조차 남아있지 않을 거라 지레짐작했죠.
  정말... 기분이 묘합니다.
세상은 이렇게나 빨리 변하고, 저도 그 세월에 휩쓸려 중년이 다 되었는데, 이곳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여전히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20년 전 여기서 밤새워 가며 자료를 올리고 댓글로 토론하고 때로는 유치하게 다투기도 했던 그 시절의 열정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그때 함께 웃고 떠들던 분들은 지금 다들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요? 다들 저처럼 가끔 이곳을 떠올리실까요? 누군가는 이곳을 지키고 계셨고, 또 누군가는 새로 이곳을 찾아와 주셨기에 이 공간이 20년 세월을 버티고 살아남았다는 생각에 코끝이 찡해집니다. 오래된 앨범을 펼쳐보다가 잊고 지냈던 소중한 사진을 발견한 기분입니다.
제 과거의 한 조각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지금 이곳에 계신 분들, 그리고 저처럼 아주 오랜만에 이곳을 다시 찾은 분들 모두,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오랜만에 추억에 젖어 두서없이 글을 남기고 갑니다.
모두 평안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