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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물을 보며 산을 보며 - 퇴계(退溪)와 남명(南冥)의 시 - ‘학승’ 같은 퇴계와 ‘선승’ 같은 남명…다름의 조화가 빚은 아름다움 남명의 시는 세상을 굽어보는 지리산 천왕봉 같이 선비의 정신 보여줘 퇴계 시는 인간과 자연이 합일하여 인간이 자연 거스르지 않는 동양화 남명과 퇴계는 대조적이랄 만큼 성향이 달랐어도 불교로 비유하면 ‘조화’ 청학동 맑은 물이 인간 세상으로 흘러간 탓에 속세 사람이 물길을 따라 청학동에 찾아들었고, 청학(靑鶴)은 떠나갔다. 물과 산, 자연과 인간도 조화로움이 필요한 시대다. 얼었던 강물이 풀린 지 오래고 어제는 곰살궂은 봄비가 종일 내렸다. 사방에서 뭇 생명들이 깨어나는 소리를 눈으로 듣는다. 창 너머로 보이는 북한강은 속으로 술렁일지언정 짐짓 무심한 듯이 하늘빛을 머금고 있다. ‘장자(莊子)’ ‘덕충부(德充符)’에 “사람들은 흐르는 물을 거울삼지 않고 잔잔한 물을 거울삼는다.[人莫鑑於流水而鑑於止水]”라고 하였거니와, 거울이 귀하던 옛날에 사람들은 물에 제 얼굴을 비추어 보았다. 그래서 맑고 고요한 마음을 거울과 물에 비유하여 명경지수(明鏡止水)라 한다. 이슬 젖은 풀이 곱게 물가를 둘렀고[露草夭夭繞水涯]/ 작은 못물 흙모래 없이 맑고 깨끗하여라[小塘淸活淨無沙]/ 구름 날고 새 지나는 건 원래 있는 일[雲飛鳥過元相管]/ 때때로 제비가 물결 찰까 그게 걱정일세[只?時時燕蹴波]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1~1570)의 ‘봄날 산책하다가 들의 지당을 읊다[遊春詠野塘]’라는 시다. 퇴계가 18세 때 어느 봄날, 들을 거닐다가 논 가에 있는 작은 지당(池塘)의 맑은 물을 보고 읊은 것이다. 맑은 수면에 구름과 새의 모습이 비치듯이 마음이 사물을 인식하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여기에 제비가 물을 박차서 잔잔한 수면을 깨뜨리듯이 물욕(物欲)이 일어나 마음이 흐트러지는 게 문제다. 현실을 접하면서 평정한 마음을 유지하고자 한 것이다. 다음은 남명(南冥) 조식(曺植 1501~1572)의 시 ‘강가 정자에서 |